2014년 7월 7일 월요일

[번역/아베미하] 세계가 적이 되어도



 잔업 잔업 또 잔업.
 여름 휴가라고 할까, 오히려 연휴도 올해는 마구 달리는 것으로 결정되어 버려, 결국 다음 달부터는 베트남으로 2주 간 출장가기로 했다.
 기분 전환으로 누군가에게 권해져 잔뜩 마시러 갔어도 돌아오는 건 매일같이 아슬아슬한 막차.
 오전중에 귀가해서 6시에 기상, 출근. 이하 반복.
 기본 토요일, 일요일이 휴일이지만 휴일 출근이 되는 날도 많다.
 오늘도 오늘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거의 승객이 없는 막차에 미끄러져 들어갔다.
 넥타이를 풀면서 구석 자리에 앉아 한숨을 내쉰다.
 내일은 휴일이라고, 하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지금 진행하는 안건의 마감과 스스로의 작업 진척 상황, 팀 멤버의 작업 진척 상태가 맴돌고 있다.

 '내 몫은 문제 없이 끝날 것 같지만, 다른 멤버가 늦는 기색이고.. 뭣보다 유저가 OK 사인 내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그보다 배고파. 저녁 뭘 먹지?
 맥도날드, 요시노가, 나카묘, 사이제…'

 집에 가서 저녁밥 만들 기력도 없고 말이지.
 역전에 있는 이 시간에도 운영하고 있을 음식점을 떠올리며 집에 돌아가면 식사가 기다리고 있던 집의 고마움을 통감한다. 뭐, 혼자만의 편안함을 아고 나니까 여러모로 마음써서 참견하는 부모님이 있는 집으로는 별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지만.
 이렇게 피곤할 때 집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려 주는 존재가 있다면 좀 다를까. 하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성격이라면 귀가했을때 누군가가 있다는 걸 귀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밥만 있으면 돼, 라면, 가정부나 다름없고.'

 그런 걸 생각하면 문득 바로 지난 달 니시우라 모임때를 생각해냈다.
 요즘 같이 살기 시작했다고 나와 미즈타니에게만 몰래 보고하던 수줍은 두 사람은, 한 쪽은 뭐 귀엽지만 다른 한쪽은 아오키가하라의 수해에다 묻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아베가 수줍어하는 모습이라니 이제 두번 다시 보고싶지 않아...'

 같이 살고 있다면 그 녀석들, 가사 분담은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걸까.
 직종 다르면 귀가 시간도 다를 거고, 시간 쓰는 방식도 다르겠지만.

 뭐, 어찌 됐든 좋다고 생각해서, 내일은 휴일이니까 쌓여있는 빨래도 치우고, 방도 청소하고, 그렇지. 냉장고도 청소하지 않으면.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받았던 김치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지?
 무사할까. 무사하면 김치와 맥주 한잔 하고 싶구만.
 좋았어. 편의점 들려서 맥주 사가자.
 오히려 역전의 24시간 영업 슈퍼에서 적당히 반찬과 맥주를 사서 돌아가는 것도 손이...

 거기까지 생각이 닿고 나서 다시 사고는 아베와 미하시의 가사 분담으로 돌아온다.
 청소는 틀림없이 아베가 하고 있겠지. 밥도 아베가 만들 것 같아.
 지금도 미하시가 다치지 않도록 과보호 하고 있고.
 …라고 할까, 밖에서 봤을 때 강요로도 느껴지는 저 참견 같은 건 도무지 꼴도 보기 싫다고 생각하지 않는 미하시의 그릇이니까, かさ(?)가 대단하다고 항상 생각한다.

 "…라고 할까, 나 피곤해…"

 툭 하고 뒤통수를 유리창에 부딪혀 천장을 바라보면서 무심코 작게 중얼거린다.
 아베와 미하시가 어떻게 살고 있든지 나와는 관계가 없고 그런 걸 탐색하는 건 지나친 참견이다.
 평소에는 생각도 하지 않을 그것에 상당히 지쳐있구나, 하고 잠시 눈을 감은 차에 차내 어나운스가 역명을 알려, 곧바로 전차가 선다.
 여기서부터 내릴 역까지는 앞으로 7개 역이 있다.
  20분 정도 걸리니까 자자, 하고 생각한 차에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귀를 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환청이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감았던 눈을 뜨고 역내를 살펴보면, 자신이 않는 자리에서 문 2개 분 너머로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어디로 이사했느냐고 묻지는 않았지만 같은 연선이었던 걸까.
 이런 막차에서 같은 전차에 아는 사람을 만났다는건 굉장한 확률의 우연이다, 하고 놀라서 소리를 내려다 즉시 관두었다.

 '이 쪽 눈치채지 마…! ! ! !'

 양쪽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상반신을 조금 숙여 머리를 가리고는 흘끗 그쪽을 바라보지만 이쪽을 눈치챌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고, 끼어들고 싶지도 않다.

 '어째서 두 사람 모두 구두 벗고 좌석에 정좌해서는 마주보고 있는거야 저 녀석들…! ! ! ! ! ! !'

 뇌내에서 절규하며 귀를 기울이면, 가탕 고통 하고 전차 달리는 소리에 뒤섞여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베군, 있지! おんにゃのっ ひろ, に, 인기, 있으니까, 안댄다고오, 말, 했됴 !"
 "죄송함다."
 "좋, 슴까…!"
 "알고 있습니다."
 "안댄다, 라고"
 "아- 그건 미안했어. 반성하고 있으니까, 응?"
 "매앤날, 그러케 말하면서, 아베, 군."

  전차 안에 위쪽을 향해 입을 벌리고 완전히 잠들어 있는 바코드 머리의 아저씨와 나와 아베와 미하시밖에 없는 것은 행복인가 불행인가 모르겠다.
 미하시는 꽤 취해있는 것 같아서 혀가 안돌아 가지만, 아베는 어떤거야?

  '그보다 공공장소에서 어떤 대화 하고 있는거야…! ! ! !'

 "아베,군은, 몰,라!"
 "응."
 "모르고, 있,어!"
 "응. 좋아해."
 "내, 쪽이, 더, 좋아하는 걸!"
 "하? 내 쪽이 널 좋아하는 걸로 결정되어있잖아!!"
 "나,야!"
 "아-니, 나거든!!
 나 전세계가 적이 되면 미하시 지킬거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걸!! 오히려 사랑하고 있고!!"

 '잠깐, 진심으로 조용히 해…! ! !'

 환승하거나, 아니, 움직이면 들켜버린다?

 '…그것보다!!! '전세계가 적이 된다면' 이라니 어디의 중2냐 아베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썰렁하고 기분나쁘고 아프다, 라니 어떤 삼중고야!!'

 그리고 그런 아베의 한마디에 감회가 복받쳐서 끌어안은 미하시와 끌어안긴 아베.
 이제 됐어 이제 듣고싶이 않아 이제 보고싶지 않아 용서해줘. 라고 나는 양손으로 귀를 아플 정도로 꽉꽉 막고서, 두 사람으로부터 정반대의 문의 상단 안내화면을 노려보았다.
 빨리 도착해 빨리 도착해… 라고 걱정하면서 15분.
 내가 내릴 역의 한 정거장 앞에서 아베와 미하시가 내려, 에상 밖의 가까운 거리에 질겁하고,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저 녀석들이 앉아있던 좌석 위에 오도카니 남겨진 지갑.

 "에…진짜냐…"

 어느 쪽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그 지갑을 회수해 역에서 내린 뒤 왠지 모르게 심하게 지친 몸을 이끌고 슈퍼에서 쇼핑하고는 집에 돌아왔다.
 귀가해서 수트를 벗고 샤워하고 T셔츠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서 지갑을 열어 안쪽을 보면 미하시 명의의 신용카드가 있었다.
 미하시 거냐. 하고 휴대폰을 꺼내 지갑을 찍고 '지갑 주웠다. 내일은 하루종일 집에 있으니까 찾으러 와' 하고 메일 하고서는 사온 맥주와 반찬과 유통기한 직전의 김치로 저녁식사를 처리했다.
  내일, 성실한 미하시는 지갑을 가지러 집으로 올 것이다.

 '아마 틀림없이 아베도 올 거니까, 둘 다 정좌 시켜서 설교해야겠어.'

 냉맥주를 빈 속에 흘려 넣으며 그렇게 결정하고, 나는 커다란 한숨을 토해냈다.





 * 저자 후기

 20100725

 만취해서 바보같은 일 하는 아베와 미하시를 상상하면 재밌었는데, 주정꾼들이라면 (해석불가) 해서 이즈미 시점으로 해봤습니다.
 뭐랄까, 이즈미라고 알아볼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이즈미는 IT관계의 일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청 바쁘네요. IT관계의 일이라는 거!
 아베와 미하시는 둘이서 밖에서 마시고 둘이서 만취했습니다만, 오기와 기합을 내서 제대로 집까지 돌아가있습니다.
 뭐어 아침에 기억나지 않겠지. 아베와 미하시가 메일을 보고 '에, 왜 이즈미가 미하시의 지갑을?' 하고 생각할 게 틀림 없어.
 쓴 지가 오래 되어서, 지갑이 아니라 미하시에게는 어김없이 구두를 신겨놓고 아베가 구두를 달랑 차 안에 떠나는 쪽이 재밌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즈미가 답답하지 않았을까..(쓴웃음)


 **역자 후기

20140707

 정말 좋아하는 '아키이'님의 4년 전 아베미하 소설을 번역했습니다. 첫 번역이기도 하고 실력도 좆밥이라 이런저런 의역이 있는 것에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 일본어를 번역한 직후에는 평상시 말투도 번역투마냥 이상해져버립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처음엔 그냥 보다가

 "あべく, は, わかって, ないよ!"
 "うん."
 "わ,かって, ない!"
 "うん, 好きだよ."

 이 구절에서 헛소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응. 좋아해. 하고 헛소리로 답변하는 아베에게 심장을 맛쓰구로 맞아버려서 안되는 실력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으로는 '응, 좋아해' 보다는 원문인 "うん, 好きだよ." 쪽이 조금 더 설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나캄의 목소리로 스키다요 같은 소리를 들으면 설레기 마련....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번역물은 1차 저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상태이므로 배포를 금물하고 개인소장용으로 사용됩니다.

 (이 소설은 '너의 기억' 시리즈의 연장 선상에 있습니다. Pixiv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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